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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준 일한친선협회 고문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여자 아베’라고는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도 취임 이후에는 계속 강경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호영 기자
바다이야기프로그램
한반도 동쪽 열도에서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보수적 정치 풍토를 가진 일본에서 사상 첫 여성 자유민주당 총재가 탄생한 것. 그는 연립 정권 파트너의 '결별'이라는 돌발변수 속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총리관저 입성에도 성공했다. 그의 정치 성향을 두고서는 '극우' '강경보수' 등의 수식어가 붙기도 한다.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릴게임꽁머니 )가 그 주인공이다. 10선 중의원(衆議員·하원의원) 경력에 빛나는 관록의 정치인으로 내각특명담당대신, 총무대신, 자유민주당 정무조사회장 등 당정 요직을 역임했다.
첫 일본 여성 총리를 보는 주변국 우려의 시선첫 일본 여성 총리를 보는 주변국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중국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릴게임 않았다. 한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제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꾸준히 참배하며 자위대 재무장을 주장해 온 이력 때문이다. 한국을 향해서 "기어오른다"는 극언을 하기도 했다. 전향적 태도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임 총리 시절보다 한일 관계 경색이 예상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야마토무료게임 관계라는 무대 뒤에서 '보이지 않는 연출자'로서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온 전문가의 행적이 눈에 띈다. 윤성준(61) 일한친선협회 고문이 그 주인공이다.
윤성준 고문은 20대부터 일본과 인연을 맺었다. 한일학생회의를 창립해 초대 위원장을 맡았고, 한일청년포럼 1~3대 회장을 역임했다. 일한친선협회 중앙회 고문으로, 한일경제협회 자문위 게임몰 원으로 활동하며 삐그덕거리기 일쑤인 양국 관계에서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히토쓰바시(一橋)대 학부·대학원에서 글로벌 마케팅과 일본 정치사상을 전공하고 중국 베이징대, 미국 덴버대에 적을 두고 국제정치경제학을 연구했다. 한화경제연구원·한국경제연구원에서 선임 분석가로 재직했고, 다수 글로벌 기업에서 분석가, 자문으로 활동했다.
한일 관계 '막후 실세'라는 별칭이 붙은 윤성준 고문을 만나 일본 신정부 출범 배경, 한일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카이치 사나에가 첫 여성 총리가 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공명당의 연정 파기 선언이 결정적이었는데.
"자유민주당은 중의원(衆議院·하원)에서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1999년부터 공명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며 부족한 의석을 보충해 왔다. 다만 지난 총선 패배로 자유민주당과 공명당 의석을 합쳐도 과반에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연정 파기 선언이 나왔다. 종전 '자유민주당 총재=총리' 공식이 깨진 상태에서 결정타를 날린 셈이다. '입헌민주당을 위시한 야당 연합으로 총리를 선출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됐지만 결과적으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공명당의 연정 파기 선언은 무엇 때문인가.
"사이토 데쓰오(斉藤鉄夫) 공명당 대표가 표면적으로 밝힌 결별 이유는 자유민주당 의원들의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 재임 시절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자를 공천 배제하는 등 '개혁'을 한다고는 하지만 공명당으로서는 미진하다는 판단이었다. 공명당은 이름 그대로 공명(公明)한 정치를 추구한다. 다카이치 사나에의 강경·보수 성향도 한 요인이었을 것이고. 일본 지인에게 전해 들은 바로는 다카이치의 종교 성향, 정확히 말해서 신토(神道) 문제도 걸림돌이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준다면.
"공명당은 일련종(日蓮宗) 계열 신흥 불교 종파 창가학회(創価學會·SGI)에 기반을 둔 정당이다. 불교 민주주의 가치를 내세우는 정당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반전(反戰), 평화 가치도 중시한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민족 신앙은 국가화됐다. 이른바 국가신토(國家神道)다. 국수주의와 맥이 닿는다. 이러한 점에서 결이 다른 공명당으로서는 불편했을 수밖에 없다. 야스쿠니신사도 국가신토를 상징하는 곳이다."
공명당 결별 선언, '55년 체제'에 울린 경종시나리오만 제시됐고 실행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야권 연대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뻔 했다. 자유민주당 장기 독주 체제에 균열이 났다는 평가인데.
"자유민주당의 총선 패배, 단독 과반 확보 실패, 공명당의 결별 선언 등은 '단순 이벤트'로 봐서는 안 된다. 자유당과 민주당이 합당해 성립한 이른바 '55년 체제'에 근원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본 여론이 울리는 경종이라 할 수 있다. '특정 거대 정당이 정치권력을 독점하는 체제를 끝내라'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윤성준 고문은 일본 정치평론가의 분석을 소개했다.
"기초단체장 출신 요시다 야스토(吉田康人)는 '지난 총리 선출 선거는 자유민주당에 대한 단순 불만이 아니라 '55년 체제' 자체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었다. 구체제는 안정적 통치는 가능했지만 동시에 권력의 고착화, 정치의 무력화를 수반했다. 거대 정당이 국가 운영을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제(諸)정당이 정책별로 협의·연합하는 다당제 민주주의로 진화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자유민주당 총재 경선 과정에서 고이즈미 신지로가 유력시됐다. 결과적으로 결선 투표까지 갔다. 보수적인 정치 풍토의 일본에서 '여성 총리는 이르다' 혹은 '여성 총리는 불가능하다'는 예측을 깨고 첫 여성 총리가 된 셈인데.
"일본은 막후정치의 나라다. '네마와시(根回し)' 문화도 뿌리 깊다. 직역하면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을 순조롭게 마무리하기 위해 불필요한 잔뿌리를 미리 제거하는 사전작업을 의미한다. 우리 식으로 옮기면 '사전 교섭' 혹은 '막후 담판'이다. 차기 자유민주당 총재 선출을 앞두고 전직 총리를 포함한 당 원로 그룹의 사전 교감이 있었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현 방위대신의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도 포함해서다. 원로들이 막후에서 조율해서 도출한 결론은 '40대인 고이즈미 신지로가 총리 되기에는 이르다. 또한 아깝다'였다. 자유민주당 권력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총리에 선출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나치게 이른 나이에 총리가 됐다가 단명할 경우 정치생명에도 치명적이다. 그 결과 '고이즈미 신지로는 미래가 창창하니 다음 기회로 미루자'는 합의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유민주당은 일본유신회와 연정을 성사시켜 집권을 연장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먼저 일본유신회의(日本維新の會) 배경이다. 2010년 창당한 오사카유신회(大阪維新の會)가 전신이다. 이름 그대로 일본 제2도시이자 간사이(關西) 지방 중심도시 오사카를 기반으로 한 지역정당이다. 다카이치 사나에도 나라(奈良)현 태생으로 오사카에서 인접한 효고(兵庫)현 소재 고베(神戸)대를 졸업했다. 시가(滋賀)현 출신 우노 소스케(宇野宗佑) 이후 36년 만의 자유민주당 총재였다. '지연'이 있는 셈이다. 다음으로 다카이치 사나에의 정치 성향이다. 일본유신회는 자유민주당보다 강경보수·우익 성향으로 분류된다. 평화헌법 개정 등 외교안보 정책에서 두드러진다. 여기서도 '접점'이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가 10월 24일 도쿄에서 열린 임시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다카이치, '할 말 분명히 하는' 간사이 출신보수적 풍토의 일본에서 일종의 금기를 깨고 여성이 내각 수반이 됐다, 어떤 의미라고 보나.
"국제의회연맹(IPU) 등에서도 지적하는 문제인데 일본은 여성 정치 분야에서 낙후됐다. 2025년 중의원 기준 여성의원 비율은 16%, 세계 138위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 여성 국가원수(행정수반)이 잇따라 탄생했다. 자연히 일본에서도 첫 여성 총리 탄생에 기대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첫 여성 총리는 다카이치 사나에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현실이 됐다. '일본의 대처'를 꿈꾼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개인 특성으로는 고향 간사이 지역은 '해야 할 말은 분명하게 하는' 문화가 뿌리 깊다. 신임 총리도 소신, 주장이 강하다. 추후 정책에는 개인 성향이 반영될 것이라 본다."
자민·유신 이른바 우파·우파 연정으로 우파·중도 연정 때 보다 일본이 우경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국인이나 한국 매체에서 다카이치 신임 총리 앞에 '극우' '강경우파' 등 수식어를 붙이기도 하는데 나는 달리 본다. 보수 우파 정치인인 것은 맞으나 극우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판단의 근거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정치적 멘토 혹은 롤 모델이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다. 1993년 중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정치 행로를 같이해 왔다. 같은 맥락에서 아베 신조 앞에도 '극우' '강경보수' 수식어가 붙었는데 일본 정치 풍토와 연결해 봐야 한다. 보통 총리 지지율이 20% 선이면 자당(自黨)에서 앞장서서 사임시킨다.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아베 신조는 2006년 9월 총리에 취임해서 2007년 8월 사임했다. 1년이 채 되지 않은 단명 내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아베 신조는 우파였지만 극우는 아니었다. 일본 정치 이념 스펙트럼에서 이른바 극우 성향은 약 20%를 차지한다. 거기에 전통적 자유민주당 지지층을 합치는 최소 지지율 40% 선을 유지할 수 있다. 총리로서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지율 방어를 위해 전략적으로 우경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실제 아베 신조도 첫 총리 사임 후 '우향우' 행보를 해서 지지율을 끌어왔다. 결과적으로 2012년 재집권 후 2020년까지 장기 재임했다. 다카이치 사나에도 이 사례를 벤치마킹해 우익에 어필하려는 행보로 해석해야 한다."
한일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야 하나.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선린우호(善隣友好)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과거사, 야스쿠니신사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는 것은 현실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하토야마 총리의 정치철학 '우애사상(Fraternity)'의 의미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정치 부문이 어렵다면 비정치 분야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해외시장을 개척할 때 경험이 축적돼 있는 일본 기업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시에도 공동 구매하면 구매력이 상승해 유리한 조건으로 도입할 수 있다."
분위기를 바꿔 윤 고문이 국내에서 '일본통'으로 알려지게 된 이유와 다수 글로벌 기업에 자문하게 된 과정에 대해 물었다.
1980년대 일본 유학을 했다. 유학 생활은 어떠했나.
"와세다대 어학연수를 거쳐 도쿄대·교토대·도쿄과학대(구 도쿄공업대)와 더불어 이른바 일본 4대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히토쓰바시대에 입학했다. 히토쓰바시대는 인문·사회 분야 리버럴 아츠 칼리지다. 소수 정예를 지향한다. 경제학·경영학이 유명한 대학으로서 영국 런던정치경제대(LSE)와 유사하다. 학부 시절에도 대학이 비용을 부담해서 개인교수(tutor)를 배정했다. 나도 예외 없이 개인교수를 배정받아 심화 학습을 할 수 있었다. 매 수업은 집중적으로 진행됐다. 교수와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수강생은 많아야 15명 내외였다. 담당 교수에게 개인 수업을 받다시피 했다."
중국, 미국 등에서도 학업을 이어나갔던데.
"고향이 제주도다. 할아버지는 일본서 활동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은 미·중·일·러 등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을 모두 경험해 보는 것이었다. 일본 유학에 이어 중국, 미국 대학에 적(籍)을 두고 공부했다. 업무상 러시아와도 연은 맺었다. 결과적으로 시야를 넓힐 수 있었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한반도와 주변국의 역학 관계를 고찰할 수 있게 됐다."
하토야마 전 총리와 지음, 한국인 최초 총리 공식 고문청년 시절부터 일본 관련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히토쓰바시대 학부 3학년 때 한일학생회의를 조직했다. 이후 40년 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86년 제1회 도쿄대회 개최 이후 학술대회, 한일 친선 교류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귀국 후 1990년 한일청년포럼을 만들었다. 두 단체 모두 연륜을 더해가면서 한일 양국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에서 보람을 느낀다."
일본 정계와도 인연이 깊다.
"일본에서 학부·대학원을 졸업하고 한일 관계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 일본 정계와도 인연이 닿았다. 제85·86대 총리를 지낸 모리 요시로(森喜朗)와 각별했다. 외교관계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자문을 하면서 비공식 고문 역할을 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공식 직함을 받을 수 없어서 활동에 제약이 있었다. 제93대 총리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와는 지음(知音)이라 할 수 있는 사이다. 총리가 되고 나서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도움이 되고 싶다'고 하더라. '다른 것 필요 없다. 공식 위촉장을 써달라'고 했더니 나를 동아시아 고문으로 위촉하고 친필 서명이 들어간 위촉장도 발급했다. 친서에는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이 평소 사용하지 않는 구체적인 표현도 들어 있었다. 감동적이었다. 이후 한국인으로서 처음으로 일본 총리의 공식 고문이 됐다."
막후에서 많은 일을 성사시킨 것으로 아는데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지한파’로 꼽히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2023년 9월 14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명사초청 강연회’에서 강연하고 있다. 뉴스1
"2009년 하토야마 유키오 당시 민주당 간사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이다. 오랜 지인 이치무라 고이치로(市村浩一郞) 중의원이 전략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이 대통령 예방을 부탁했다. 관례적으로 현직 대통령·총리는 상대국 야당 대표는 잘 만나려 하지 않는다. 권투에 비유하자면 나는 링 위에 올라와 있는데 상대방은 올라올지 아닐지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 관계에서는 집권 자유민주당의 보이지 않는 견제도 있다. 수소문을 하니 '하토야마 유키오 간사장이 방한한다면 가능하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당시 민주당은 야당이었고 한국 정부로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성사시켰다. 그 무렵 하토야마 유키오는 민주당 대표가 됐고, 결국 그해 9월 총리가 됐다. 타이밍, 환경이 다 맞았던 셈이다. 하토야마는 곧이어 현직 총리 자격으로 방한했다. 이 내막을 들은 한 언론인이 나를 '한일 관계 막후 실세'라고 하더라(웃음)."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한파로 꼽힌다. 과거사 사죄도 여러 차례 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총리는 결이 다른 듯해서 한일 관계 경색을 우려한다.
"‘여자 아베'라는 다카이치 사나에의 별칭, 독도 영유권을 주장해 온 이력,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등 이시바 시게루 전임 총리보다 강경 우익인 것은 사실이다. 한일 관계가 예전만 못할 것이라 전망하기도 하고. 다카이치도 총리 취임 이후에는 전보다 강경하게 나오지는 않을 듯하다."
최창근 경제사회연구원 미래센터 위원 caesar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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