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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3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APEC 정상회의 제1세션을 주재하고 있다. APEC 2025 KOREA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회사에서 "협력과 연대만이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확실한 해답"이라며 자유무역체제 및 다자주의 수호 의지를 밝혔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국 우선주의와 자유무역체제 종식 기조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발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를 가진 한국이 지난 수십 년간 자유무역체제에서 수혜를 누린 현실이 반영된 것개미들
으로 지역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미국발 통상 파고에 대응해나갈 것을 예고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제1세션 개회사에서 "우리 모두는 국제질서가 격변하는 중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면서 "자유무역질서가 거센 변화를 맞이하며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무역손오공게임
및 투자 활성화의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세션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첫 번째 자리로, 여기에서 나오는 개회사가 회의 의제와 방향성을 포괄하는 핵심 메시지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정상회의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연결·혁신·번영'과 맥을 같이하는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주식시작하기
"각자의 국익이 걸린 일이기에 우리가 언제나 같은 입장일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힘을 합쳐 공동 번영을 이뤄내야 한다는 궁극의 목표 앞에서 우리는 함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30여 년간 지속돼온 자유무역체제가 도전받고 있다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자유무역을 주도해온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주식처분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 기조로 전환하면서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고 관세장벽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도 볼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PEC과 같은 다자회의에 대한 반감을 공공연하게 표현해왔고, 이번 APEC도 각국 기업인이 참여하는 최고경영자(CEO) 서밋만 참석한 뒤 본회의 시작 하루 전 귀국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스콧 대박정보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 번영의 해법으로 신라 화백 정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고대 신라왕국에서는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조율하는 화백회의가 열렸다"며 정상회의 행사장인 화백컨벤션센터 이름의 유래를 소개했다. 이어 "화백 정신은 일치단결한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면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어우러져 만들어낼 화음의 심포니를 추구하며 조화와 상생의 길을 찾는 것이 신라의 화백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천년 고도 경주에서 함께 미래로 도약할 영감과 용기를 얻어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본회의 이틀째인 1일 폐막 때 21개 회원국의 뜻을 모아 발표하는 선언문이 '경주선언'이라는 이름으로 도출될 예정인 가운데 여기에 '다자주의' 문구가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1세션 이후 진행된 APEC '기업인자문위원회(ABAC)와의 대화'에 참석해 규제 혁파와 투자 활성화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정비하고 미래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국내적으로, 또 국제적으로 병행될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칼리드 빈 무함마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 각각 만나 양자 정상회담을 하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접견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와의 만남에서 이 대통령은 신속한 추가경정예산 집행 등으로 경기가 활력을 찾고 있다고 말했고,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최근 소비, 수출 등 여러 지표로 볼 때 한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져 내년에는 한국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편 마르코스 대통령은 이날 CEO 서밋 특별 연설에서 "지금은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며 기술·포용의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필리핀은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 확충에 투자하고 있으며 모든 필리핀인이 디지털 경제에서 소외되지 않게 하겠다"고 말했다.
[경주 오수현 / 김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