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가 7일 오후(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노벨상 연설’을 하고 있다. © Nobel Prize Outreach, 사진 Anna Svanberg


“전쟁, 오직 전쟁뿐, 자연 속의 전쟁, 사회 속의 전쟁, 그리고 이 전쟁은 무기로만, 고문으로만, 파괴로만 치러지는 게 아니다: 물론, 이건 저울의 한편일 뿐, 전쟁은 반대편에서도 진행된다. (균형추가) 악의적인 말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메이저릴게임사이트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마침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0월9일 저녁(현지 시각)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발표된 이후 처음이다.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는 7일 오후 5시(현지 시각) 스웨덴 한림원에서 열린 노벨상 연설(Nobel Lecture)에서 ‘희망 없는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세계에서의 가능성’을 관념적이면서도 매우 이례적인 형식으로 설파했다. “본래는 희망이라는 주제로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지만, 제 희망의 저장고가 완전히 바닥났”다고 말머리를 잡은 34분짜리 헝가리어 연설 동안 작가는 “노벨 문학상” 경우를 빼곤 ‘문학’은커녕 ‘소설’이란 단어도 한번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옛 천사”와 지금의 “날개 잃은 천사”, “인간의 바다이야기오락실 존엄성”, “반항”(rebellion)을 사유시킨 베를린 지하철 노숙자 등 3막으로 연결된 한편의 모놀로그를 읽듯 손짓과 함께 강연을 이어갔다. 헝가리어·스웨덴어·영어로 제공된 연설문을 보자니, 문장과 문장 사이 마침표는 거의 없이 온통 쉼표다.
천사들이 왔을 법한 “저 위”(up there)가 더는 존재하지 않되 “일론 머스크의 미친 알라딘릴게임 구조물만 시공간을 조직할 뿐”인 현실, 진화와 더불어 “상상력”과 “도덕”을 상실한 인류라는 작가의 절망적 인식을 전제하여, 희망이 고갈된 세계에서의 심미적·도덕적 가능성 등을 “반항” 내지 “반란”으로 모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노벨상 연설은 노벨 주간(올해는 12월6~12일)에 맞춰 노벨상 수상자에게 주어진 의례로서, 1901년부터 지 온라인릴게임 난해 한강 작가까지 121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문학상 부문의 연설 아카이빙은 20~21세기 문학과 언어에 관한 인류의 성찰과 혁신이 응축된 증거이자 지적 보고에 다름 아니다. 다만 문학적 생애, 작품관을 관통해 온 통례에 견줘, 122번째 수상자인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연설 양식은 확연히 달랐다. “묵시록적 공포 속에서 예술의 힘을 재확인시켜 주는 강렬하고 비전적인 글쓰기”라는 노벨상 선정 사유를 거듭 상기시키고, 2015년 부커상 국제부문 수상 때 “믿을 수 없을 만큼 길고, 멀리 나아가는 문장들”이란 심사위의 평가 또한 재소환한다.



2024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가 그해 12월 노벨박물관에 기증한 찻잔이 박물관에 전시된 모습.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노벨상 연설’ 무대에 마련된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의 작품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작가가 강연 중 언급한 자신의 작품도 1종에 불과하다. “반란”의 문제를 다루려 했으나 “만족스럽지 않아 (강연을 통해) 다시 시도해 보겠다”는 너스레와 함께 지목된 ‘세계는 계속된다’(2013)가 전부다. 앞서 노벨 위원회는 첫번째 장편 소설 ‘사탄탱고’(1985)부터, ‘저항의 멜랑콜리’(1989) ‘전쟁과 전쟁’(1999) ‘벵크하임 남작의 귀향’(2016) ‘헤르쉬트 07769’(2021) 등 모두 8종을 꼽아 평가했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1954년 1월 헝가리 남동부 줄라에서 태어나 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사탄탱고’로 데뷔한 뒤 소설과 시나리오를 썼다. 그에 앞서 “역사의 야만적인 자의성에 맞서 개인의 취약한 경험을 옹위하는 글쓰기”로 헝가리 최초 노벨 문학상을 수상(2002)한 케르테스 임레(1929~2016)는 홀로코스트 생존 작가의 문학적 의미를 노벨상 연설에서 부각한 바 있다. “아우슈비츠를 떠올리면서 역설적으로 과거가 아닌 미래를 성찰하게 된다”는 메시지로 갈무리된다.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노벨 문학상 발표 이후, 예정됐던 포르투갈 폴리오 2025 문학 축제(패널),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개막 연설) 일정을 건강상 이유 등으로 취소했다. 이어 스웨덴 한림원 주최로 노벨상 연설에 앞서 진행되던 기자 회견도 지난 6일 오후 1시 일정으로 초기 추진됐다가 일찌감치 취소됐다. 한림원 관계자는 한겨레의 문의에 “작가의 요청으로 올해는 기자 회견과 어떤 개별 인터뷰도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행사는 관례대로 한림원 3층 그랜드홀에서 열렸다. 국내 언론으로 한겨레가 유일하게 참석했고 “300석으로 제한되어 대기자 명단이 길다”고 한림원은 알려 왔다.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작품 영문판을 대부분 소개한 미국의 독립 출판사 뉴디렉션스의 사장 겸 편집자인 바버라 에플러는 이날 연설 뒤 한겨레에 “작가가 처음엔 자리를 어려워하는 것 같더니 나중엔 즐기는 게 느껴져서 더불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크러스너호르커이의 음울한 작품을 두고 “어둠 속에서도 점점 고조되는, 믿기 힘들 만큼의 무표정한 유머가 존재한다”고 평가해 왔다.
한국 독자들도 어둠의 중력을 거슬러 그에게 다가가고 있을까. 노벨상 선정 전후로 국내 소개된 6종의 소설 전체 판매량이 10배가량 증가했다고 출판사 알마는 7일 한겨레에 밝혔다.
스톡홀름(스웨덴)/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으로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