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암 환자가 여름철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 수치가 많이 떨어진 암 환자는 엄격한 식단을 준수해야 한다. 음식물을 섭씨 75도 이상(중심부 기준) 가열해 먹는 게 기본 수칙이다. 이런 환자는 아쉽지만 생선회나 생과일, 채소 샐러드 등의 섭취를 피하고 밝은 앞날을 위해 치료에 힘써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가암등록통계와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에도 전국의 병상에서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암 환자는 약 8만 5천 명,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외래 진료실을 찾은 릴게임야마토 환자는 6만 5천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암으로 투병 중이거나 치료 후 추적관찰 중인 국내 암 유병자는 모두 약 270만 명이나 된다. 이들 암 환자 중 상당수에게 큰 고통은 질병 자체의 통증 외에 평범한 일상의 즐거움을 박탈당하는 소외감이다. 특히 면역 체계의 핵심인 백혈구 수가 갑자기 뚝 떨어지는 '호중구 감소증' 상태의 암 사아다쿨 환자에게 허용되는 음식은 미생물을 거의 사멸시키기 위해 고온에서 삶거나 푹 익힌 것들뿐이다.
아삭한 샐러드 한 접시, 생선회 한 점, 혹은 갈증을 해소해 줄 신선한 과일 한 조각이 이들 환자에게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담긴 상징적 대상이다. 하지만 최근 이런 환자들의 간절한 욕구와 의학 온라인릴게임 적 안전성 사이에 큰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고위험군 혈액암 환자…신선한 과일·채소와 저온살균 요구르트 먹었더니, 감염 더 잘 돼"
환자의 행복이 곧 면역력이라는 믿음으로 암 환자 식단의 빗장을 풀었던 시도에 제동이 걸리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의료계 일각의 좋은 시도가 오히려 치명적인 감염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 야마토무료게임 이다.
최근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종 감염 발생률은 엄격한 식단(호중구 감소증 식단인 저균식)을 준수한 혈액암(백혈병) 환자군에서 20.2%, 자유로운 식단의 음식을 섭취한 혈액암 환자군의 감염률은 31.4%로 나타났다. 자유로운 식단을 선택한 암 환자의 감염률이 약 11%포인트나 더 높았다.
연구팀은 조 카카오야마토 혈모세포 이식이나 고강도 항암 치료로 면역 체계가 무너진 고위험군 혈액암 자 213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추적 관찰했다. 한 그룹에는 기존의 엄격한 호중구 감소증 식단인 저균식을 제공했고, 다른 그룹에는 생과일, 생채소, 저온 살균 요구르트 등이 포함된 자유로운 식단을 허용했다.
이 연구 결과(Randomized Noninferiority Trial of a Liberalized Diet Versus the Neutropenic Diet in Hematopoietic Stem-Cell Transplant Patients and Patients With Acute Leukemia)는 국제 학술지 《임상 종양학 저널(Journal of Clinical Oncology)》에 실렸고 미국 건강매체 '스탯뉴스(Statnews)'가 22일(현지시간) 소개했다.
전 세계 종양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미국 플로리다대 혈액종양 전문의 존 윙가드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최근 10여 년간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식단 규제를 완화해 온 의료계 일부의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연구 지침을 철저히 준수해 신선한 식품을 적극적으로 섭취한 환자들만을 따로 분석했을 때의 감염 위험은 저균식 그룹보다 1.5배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험 과정에서 자유 식단 그룹의 감염 위험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자 환자 보호를 위해 임상시험을 예정보다 일찍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팀은 데이터안전모니터링위원회 권고를 따랐다.
"호중구 수치 떨어지는 사례, 혈액암 외 폐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등 환자도 많아"
흔히 호중구 감소증이라 하면 백혈병이나 림프종 같은 혈액암 환자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암의 종류보다 어떤 치료를 받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보편적인 위험이다. 폐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등 고형암 환자들도 강력한 항암 화학요법을 받으면 골수 억제 현상을 겪게 된다.
항암제는 빠르게 증식하는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설계돼 있다. 우리 몸에서 혈액 세포를 만들어내는 골수 세포도 증식 속도가 매우 빨라 항암제의 공격 대상이 된다. 이 과정에서 건강한 호중구의 생산이 줄면 고형암도 혈액암 환자와 똑같이 각종 감염 위험에 노출된다.
암세포가 뼈나 골수로 전이된 경우나, 골반뼈와 척추처럼 혈액 생성이 활발한 부위에 광범위한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에도 호중구 수치가 급격히 떨어진다. 암의 종류와 상관없이 치료 과정에서 골수 기능이 떨어진 모든 암 환자에게 식단 관리는 생사와 직결된 문제다.
'호중구 감소증 식단'…음식을 섭씨 75도 이상 익혀 먹는 게 안전
호중구 감소증 식단은 '절대 호중구 수치(ANC)'가 500 이하로 떨어지는 때 적용되는 특수 식단이다. 이론적으로 음식의 중심부 온도가 섭씨 75도 이상이 되도록 가열해 조리하는 것이 원칙이다. 육류와 어패류는 물론 달걀노른자까지 완전히 단단해질 때까지 익혀야 한다. 정상인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리스테리아균 등이 면역력이 0에 가까운 암 환자에게는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적인 근거가 있지만 암 환자는 처참한 심정에 빠지게 마련이다. 항암제 부작용으로 혀에서 금속 맛이 느껴지거나 미각이 바뀌어 환자는 평소 입맛을 돋우던 자극적이고 신선한 음식을 더 간절히 먹고 싶어 한다.
국내 혈액암 환우회에서는 보호자가 보신용으로 몰래 사 들고 온 육회나 소 생간을 먹고 패혈증 쇼크에 빠져 중환자실로 실려 가는 사례도 빈번하게 보고된다. 생간이 피를 보충한다는 근거 없는 속설을 믿는 환자가 적지 않다. 병원 영양 전문가들은 환자들이 "간장게장 한 입만 먹으면 금방 기운을 차릴 것 같다"는 식으로 호소할 때마다 거절해야 하는 상황이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환자들이 먹고 싶은 것을 먹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사로잡히고, 이는 곧 영양 불균형과 우울증으로 이어져 치료 의지를 꺾는 악순환을 낳기도 한다.
혈액암 등 환자 중 육회 소 생간 몰래 먹은 뒤, 쇼크 일으켜 중환자실 가는 사례도 있어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암 환자의 식단 관리가 서구보다 더 보수적이다. 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학교 의료원, 한양대학교 의료원 등 대부분의 큰 병원에선 암 환자들에게 엄격한 식단(호중구 감소증 식단인 저균식) 가이드라인을 적용한다.
한국에선 생선회, 육회, 간장게장 등 익히지 않은 음식을 즐기는 식문화가 깊게 뿌리박혀 있고, 발효 식품인 생김치나 젓갈류를 매일 섭취하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훨씬 높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대규모 혈액병원을 운영하는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이식 환자에게 제공되는 식단을 거의 멸균 수준으로 관리하며 외부 음식의 반입을 원천 차단한다.
국내 종합·대학병원의 엄격한 암 환자 식단 관리 및 규제는 환자들에게 사회적 고립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가족 외식 메뉴의 중심인 회나 고깃집은 환자가 갈 수 없는 장소가 되며, 환자는 혼자 별도의 음식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식단을 자유롭게 풀어준다고 해서 암 환자의 영양 상태나 삶의 질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등 대형 병원, 엄격한 식단 고수…일부 암환자, 특히 날 것에 조심해야"
식단 완화 지침을 받은 환자들 중 대다수는 항암 치료 특유의 메스꺼움과 식욕 부진 때문에 어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엄격한 식단과 자유 식단 두 그룹 간의 영양 지표나 삶의 질 점수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식단의 자유가 환자에게 행복감을 느끼게 하기보다는 바이러스·세균 감염이라는 추가적인 위험만을 얹어준 셈이다.
결국 국내 대형 병원들이 고수해 온 보수적인 식단 관리는 환자를 향한 가장 차가우면서도 확실한 보호막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일부 병원에서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생김치 대신 볶은 김치를 제공하며 미각적 욕구를 달래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환자가 이전에 즐겨 먹었던 날것이 주는 청량감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면역 체계를 파괴하지 않도록 독성을 줄인 치료제가 보편화할 때까지, 저균식은 암 환자들이 참아야 할 고통이자 지켜야 할 생명선이라고 말한다. 의료계는 암 환자의 심리적 허기를 채워줄 수 있는 더 정교하고 안전한 대안 식단을 고민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이번 연구 결과가 모든 암 환자가 평생 익힌 음식만 먹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A1. 아닙니다. 이번 연구는 조혈모세포 이식이나 급성 백혈병처럼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호중구 감소증이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일반 고형암 환자나 면역력이 회복된 단계의 환자들은 주치의와의 상담을 통해 식단을 정상화할 수 있습니다.
Q2. 자유로운 식단이 영양 상태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결과가 의외인데, 이유가 무엇인가요?
A2. 항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심한 메스꺼움, 식욕 부진, 미각 변화 때문입니다. 메뉴를 자유롭게 허용하더라도 치료 자체가 주는 신체적 고통 때문에 환자들이 충분한 음식을 섭취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됩니다.
Q3. 한국의 발효 식품이나 쌈 채소는 조리하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나요?
A3. 네, 그렇습니다. 생김치는 볶음이나 찌개로, 쌈 채소는 나물이나 데친 요리로 조리해 섭씨 75도 이상의 고온에서 미생물을 사멸시키면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날것의 청량감은 덜하더라도 감염 위험을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