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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소규훈휘 작성일26-02-17 18:27 조회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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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지워선 안 될 사람들] ① 생성형 AI 시대, 권리침해 직격탄 맞은 성우업계
[미디어오늘 노지민, 김예리, 윤유경, 정민경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대원방송에서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온 세상이 AI가 불러올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동안, 한 쪽에선 'AI가 인간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를 묻는다. 효율화의 초점을 '비용'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에 맞춘 논의는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린다. 인간 고유의 것이라 믿어온 창작 분야도 마찬가지다. 재앙은 갑자기 다가오지 않는다. AI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터뜨리는 기폭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 AI 기본법을 시행하며 AI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는 2026년 한국의 그늘이다. 미디어오늘은 야마토통기계 AI 대체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미디어·창작 분야의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현실과 우리 사회가 지워선 안 될 가치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성우들이 아주 옛날에 녹음한 것이 제2, 제3의 매체에 쓰일 거라고 감히 예상하고 계약을 했겠습니까?”
골드몽릴게임릴게임최재호 성우는 차분하지만 다소 높은 어조로 이렇게 되물었다. 1990년대 성우를 시작해 '명탐정 코난'의 코른,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조루루, '날아라 호빵맨'의 식빵맨 등으로 활약한 그는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이자 한국연기자노동조합 성우지부장을 맡고 있다.
네이버는 2018년 오디오북 업체 '오디언 소리'를 인수했다. 오디언 바다이야기사이트 과 작업한 수백 명의 성우 중 대다수는 오디언이 네이버 계열사가 된 뒤 자신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활용될지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것이 최재호 성우 설명이다. 그는 과거 오디언이 성우들과 권리양도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를 웹툰이나 OTT 업계에서 저작권 자체를 포기하도록 요구한 '매절계약'에 비유했다.
최 성우는 오디언-네이버와 대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비되는 계약 사례를 들었다. “네오사피엔스는 그나마 기간을 뒀습니다. 예를 들어 1년에 한 번씩 활용하는 기간마다 (계약 갱신 등을 위한) 사인을 할 수 있게끔 했고, 추가적으로 음성을 활용해서 생기는 수익 공유도 따로 체결하고요.”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이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성우지부장을 맡고 있는 최재호 성우. 사진=본인 제공
관련 질의에 오디언 측은 지난 9일 “오디언이 제작투자한 오디오북 콘텐츠에 대해서는 성우와의 계약을 통해 확보한 오디오북 저작물의 유통 및 활용 범위 내에서 활용하고 있다”면서 “계약범위를 초과하는 활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10일 추가 질의에는 “출판사의 원 저작권이 만료되는 시점, 오디오북도 전 채널 전시종료되며 해당 콘텐츠는 어떤 형태로든 AI 학습 등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확한 활용 범위를 고지 받지 못한 성우들 입장에선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표출되는 AI의 성우 권리 침해 사례들
'내 목소리에 대한 권리를 영영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AI' 뒤에 '성우'라는 직업명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 현실에서 더 고조되고 있다. 2021년 캐나다 성우 베브 스탠딩은 틱톡이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소송에 나섰다. 2023년 영국의 성우이자 배우 스티븐 프라이는 '해리포터' 오디오북에 참여한 자신의 음성이 무단으로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2024년 일본배우연합은 최소 267명의 성우 목소리가 무단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서울교통공사가 암 투병 중인 강희선 성우의 음성을 당사자 동의 없이 AI에 학습시켜 지하철 안내 방송에 쓰려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원방송에서 '디지몬 비트브레이킹' 더빙 중인 성우들. 같은 장면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연기하는 두 명의 성우가 하나의 마이크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 노란 가방에는 모니터링을 위한 이어폰이 연결돼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실제 성우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어떨까.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원방송의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 현장을 찾았다. 녹음실의 마이크는 세 개, 성우는 16명. 스튜디오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애니메이션이 재생되자 성우들이 시시각각 화면에 맞춰 마이크 앞을 오갔다. 초록색 도마뱀 형태의 디지몬인 겟코몬이 길게 내민 혓바닥으로 순식간에 음식을 낚아채 삼키는 장면. 식탐 많은 겟코몬이 다른 사람들의 음식까지 먹어치우다 시리즈의 주인공 차내일과 한참을 옥신각신한다. “게게겟! 먹고 싶다니깐! 더 주라니깐!” “니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주둥이냐!”
몇 분에 걸쳐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겟코몬이 혓바닥과 온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본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물으니 신이나 성우는 “먹는 호흡, 계속”이라며 웃었다. “작가님들마다 (대본 스타일이) 달라요. 지문이 있는 경우 '으읏', '앗!' 이런 건 '당하는 호흡', '공격 호흡' 같은 식이예요.”
성우들이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줄고 있는 현실
신이나 성우는 지난해 대원방송 전속 성우가 된 '막내 기수'다. 2019년 대원방송 전속으로 시작해 지금은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주승 성우가, 겟코몬을 탄생시킨 '사포타마'의 주인 차내일을 연기하고 있다. 1990년대 디지몬이 알에서 태어났다면, 2026년 디지몬은 달걀형 AI 디바이스 사포타마에서 생겨난다. 디지몬 세계관처럼 성우들이 처한 현실도 AI로 인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주승 성우는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줄고 있다고 했다. “광고 쪽의 경우 성우들 일이 반토막 가까이 줄었다고 해요. 클라이언트에게 샘플용으로 녹음하던 일을 AI로 하더니, 이제는 실제 광고에 쓰는 음성도 AI로 해버리니까요.” 성우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준비하며 거쳐온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신이나 성우는 “입사 전 쇼핑몰 안내 방송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제는 TTS로 바뀌었더라고요”라고 말한 뒤 “공채 성우가 되기 전 경험해볼 수 있었던 소소한 일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원방송에서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이 진행되는 현장. 이주승 성우(맨 왼쪽)가 주인공 차내일과 똑같은 표정으로 연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무엇보다 성우들이 계약 단계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녹음된 음성이 AI와 같은 신기술에 따라 2차 활용될 수 있는 시대상을 고려하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주승 성우는 “예를 들어 게임 녹음을 하면 이 음성을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계약서 정도는 작성하고 있어요”라면서도 “요구를 하려면 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사실 나서서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불려가는' 입장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먼저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죠”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제기된 음성 권리 보호 요구… 방치된 미래
성우들이 음성에 대한 권리 보호를 요구한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21년에도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음성합성 AI 데이터베이스에 참여하는 성우들에게 음성 저작물 독점 사용권을 영구적으로 양도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의 '매절계약' 관행 문제가 수면에 올랐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보급 방식 등 개발로 기존에 제작된 작업물에서 파생되는 권리 일체를 모두 기업에 양도하도록 하는 '신개발이용권' 등이 우려를 샀다.
이 시기는 해외에서 음성을 AI로 무단 학습·활용한 사례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때와도 일부 맞물린다. 그러나 정부는 수년이 지나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AI 산업 진흥을 위해 기업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AI전략위의 '대한민국 AI 행동계획'은 이런 기조 하에 '선 사용 후 보상' 원칙을 세워 사기업에 치우쳤다는 16개 창작 단체 비판을 불렀다. AI전략위는 지난달 창작자들을 만나 저작권이 있는 시장은 '선 사용 후 보상'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된 'AI 기본법'이 권리 보장에 있어서는 국제사회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AI가 학습한 창작물에 관한 투명한 공개 및 저작권법 준수 의무, AI 학습에 활용된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등을 반영하라는 창작자 단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의 AI법이 'EU 저작권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고, 당사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거부할 권리를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저작권을 넘어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 측면에서 음성에 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20여 개국 성우 협회와 노동조합 등이 결성한 UVA(United Voice Artists)의 캠페인 이미지. 사진=UVA X 계정
20여 개국의 성우 협회·조합 등이 결성한 UVA(United Voice Artists)는 정치인과 입법자들이 AI 생성 콘텐츠의 개념 설계, 훈련, 마케팅 과정에 내재된 법적·윤리적 위험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지난해 '인공지능과 노동' 녹서에서 “생성형 AI는 전례없는 창조적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보 신뢰, 권리 보호, 인간 가치 존중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윤리적·제도적 대비가 긴요한 상황”이라고 조속한 대비책 마련을 당부한 바 있다.
문체부, 성우 표준녹음계약서 제정안 추진…AI 계약 '기준' 마련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늦게나마 성우들을 위한 표준녹음계약서 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성우협회 등 종사자 및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성우 표준계약서에는 사업자가 성우의 음성 실연을 AI 학습 및 활용을 위해 복제·가공·변형 또는 저장·전송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등에 대한 합의 방식에 대한 기준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기존 장르별 표준계약서와 별개로AI 저작권 관련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법제가 정비되지 않는 한 표준계약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퍼블리시티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 등 입법 논의에도 관심이 모인다.
최재호 성우는 AI 활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저작권, 저작인접권(저작물을 실연·배포하는 과정에 기여한 자에 대한 권리)만 확실하게 확보된다면, 우리 목소리를 활용한 인프라가 계속 커지는 만큼 수입이 들어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걸 '매절'이나 '전부 양도'를 해야 한다면 독이 될 텐데,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만 있다면 굉장히 좋은 거죠.” 중요한 건 지금이라도 창작자들의 권리가 새어나갈 수 있는 구멍을 메꿔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해가 가요. 여기저기서 공통적으로 지적이 나오는 게, 너무 '산업 진흥'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거죠.”
이런 이야기의 끝엔 성우라는 직업도 시대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이 따르게 된다. 신이나 성우는 “사람과 사람의 감정조차 학습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나 흉내를 낸 거지, 사람이니까, 인간이니까 더 끌리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라고 했다. “앞뒤 대사를 같이 해주는 선배들이 세게 '텐션'을 주면 약하게 받을 수 없고, 그런 부분을 소통하면서 느낄 수 있어요”라며 현장에서 매 순간 만들어지는 호흡과 감정을 AI가 대체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원방송에서의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 현장. 사진=미디어오늘
실제로 지금의 AI가 인간의 감정 표현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감정 표현 기능을 탑재한 TTS 모델도 관성적인 웃음과 한숨 등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일부 현장에선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만 '진짜 인간'의 소리를 써야 하지 않느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AI식 감정표현'에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 인간의 목소리를 입은 AI로 인간 성우를 밀어내는 미래가 더 가까워질 거라는 우려 역시 공존한다.
“사람이 하는 가치가 있는 일들…다 같이 힘 합쳐야”
'더빙하는 성우' 만으로 살아남기에는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주승 성우 역시 애니메이션, 외화, 특수촬영물 더빙에서 나아가 OST를 부르기도 하고, 프로 성우들로 구성된 보이그룹 '멜로소나' 멤버로도 역할하고 있다. “성우는 목소리 연기자인데, 그 외에 다양한 것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버추얼' 방송 등에서 저희의 매력, 강점, 이점을 더 살리기 위한 것을 시도하는 분들도 있고요…역할이 확장된 것도 맞고, 예전처럼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하던 일에 국한되지 않고 더 해나가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성우는 대원방송 입사 후 첫 주인공을 맡은 '파워레인저' 시리즈를 가장 애정한다고 했다. 자신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며 느낀 것처럼 “울림과 영감을 주는 연기자, 성우”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신 성우도 '파워레인저 시리즈'(붐붐포스)에서 조그만 자동차 역할을 맡았던 때를 떠올린 뒤 이렇게 말했다. “변해가는 것을 흐름상 막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사람이 하는 가치가 있는 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요. 특정 분야, 특정 직업을 가진 소수가 막을 수 있는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미디어오늘 노지민, 김예리, 윤유경, 정민경 기자]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대원방송에서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온 세상이 AI가 불러올 장밋빛 미래를 말하는 동안, 한 쪽에선 'AI가 인간 일자리를 얼마나 대체할 것인가'를 묻는다. 효율화의 초점을 '비용' 바다이야기예시야마토게임 에 맞춘 논의는 당장 생존의 위협을 받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가린다. 인간 고유의 것이라 믿어온 창작 분야도 마찬가지다. 재앙은 갑자기 다가오지 않는다. AI는 오랜 시간 켜켜이 쌓인 구조적 문제를 터뜨리는 기폭제로도 작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 AI 기본법을 시행하며 AI 산업 진흥을 위한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내는 2026년 한국의 그늘이다. 미디어오늘은 야마토통기계 AI 대체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미디어·창작 분야의 종사자들을 직접 만나 이들의 현실과 우리 사회가 지워선 안 될 가치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성우들이 아주 옛날에 녹음한 것이 제2, 제3의 매체에 쓰일 거라고 감히 예상하고 계약을 했겠습니까?”
골드몽릴게임릴게임최재호 성우는 차분하지만 다소 높은 어조로 이렇게 되물었다. 1990년대 성우를 시작해 '명탐정 코난'의 코른, '개구리 중사 케로로'의 조루루, '날아라 호빵맨'의 식빵맨 등으로 활약한 그는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이자 한국연기자노동조합 성우지부장을 맡고 있다.
네이버는 2018년 오디오북 업체 '오디언 소리'를 인수했다. 오디언 바다이야기사이트 과 작업한 수백 명의 성우 중 대다수는 오디언이 네이버 계열사가 된 뒤 자신의 목소리가 어디까지 활용될지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는 것이 최재호 성우 설명이다. 그는 과거 오디언이 성우들과 권리양도 방식의 계약을 체결했다며, 이를 웹툰이나 OTT 업계에서 저작권 자체를 포기하도록 요구한 '매절계약'에 비유했다.
최 성우는 오디언-네이버와 대 바다이야기릴게임연타 비되는 계약 사례를 들었다. “네오사피엔스는 그나마 기간을 뒀습니다. 예를 들어 1년에 한 번씩 활용하는 기간마다 (계약 갱신 등을 위한) 사인을 할 수 있게끔 했고, 추가적으로 음성을 활용해서 생기는 수익 공유도 따로 체결하고요.”
▲한국성우협회 이사장이자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성우지부장을 맡고 있는 최재호 성우. 사진=본인 제공
관련 질의에 오디언 측은 지난 9일 “오디언이 제작투자한 오디오북 콘텐츠에 대해서는 성우와의 계약을 통해 확보한 오디오북 저작물의 유통 및 활용 범위 내에서 활용하고 있다”면서 “계약범위를 초과하는 활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10일 추가 질의에는 “출판사의 원 저작권이 만료되는 시점, 오디오북도 전 채널 전시종료되며 해당 콘텐츠는 어떤 형태로든 AI 학습 등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정확한 활용 범위를 고지 받지 못한 성우들 입장에선 여전히 의문이 남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표출되는 AI의 성우 권리 침해 사례들
'내 목소리에 대한 권리를 영영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AI' 뒤에 '성우'라는 직업명이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 현실에서 더 고조되고 있다. 2021년 캐나다 성우 베브 스탠딩은 틱톡이 자신의 목소리를 무단으로 활용했다며 소송에 나섰다. 2023년 영국의 성우이자 배우 스티븐 프라이는 '해리포터' 오디오북에 참여한 자신의 음성이 무단으로 다큐멘터리 내레이션에 활용됐다고 밝혔다. 2024년 일본배우연합은 최소 267명의 성우 목소리가 무단 사용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한국에서도 서울교통공사가 암 투병 중인 강희선 성우의 음성을 당사자 동의 없이 AI에 학습시켜 지하철 안내 방송에 쓰려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원방송에서 '디지몬 비트브레이킹' 더빙 중인 성우들. 같은 장면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연기하는 두 명의 성우가 하나의 마이크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 노란 가방에는 모니터링을 위한 이어폰이 연결돼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실제 성우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어떨까.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대원방송의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 현장을 찾았다. 녹음실의 마이크는 세 개, 성우는 16명. 스튜디오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애니메이션이 재생되자 성우들이 시시각각 화면에 맞춰 마이크 앞을 오갔다. 초록색 도마뱀 형태의 디지몬인 겟코몬이 길게 내민 혓바닥으로 순식간에 음식을 낚아채 삼키는 장면. 식탐 많은 겟코몬이 다른 사람들의 음식까지 먹어치우다 시리즈의 주인공 차내일과 한참을 옥신각신한다. “게게겟! 먹고 싶다니깐! 더 주라니깐!” “니 입만 입이고, 내 입은 주둥이냐!”
몇 분에 걸쳐 장면이 이어지는 동안 겟코몬이 혓바닥과 온 몸을 움직이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본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물으니 신이나 성우는 “먹는 호흡, 계속”이라며 웃었다. “작가님들마다 (대본 스타일이) 달라요. 지문이 있는 경우 '으읏', '앗!' 이런 건 '당하는 호흡', '공격 호흡' 같은 식이예요.”
성우들이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줄고 있는 현실
신이나 성우는 지난해 대원방송 전속 성우가 된 '막내 기수'다. 2019년 대원방송 전속으로 시작해 지금은 프리랜서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주승 성우가, 겟코몬을 탄생시킨 '사포타마'의 주인 차내일을 연기하고 있다. 1990년대 디지몬이 알에서 태어났다면, 2026년 디지몬은 달걀형 AI 디바이스 사포타마에서 생겨난다. 디지몬 세계관처럼 성우들이 처한 현실도 AI로 인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이주승 성우는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줄고 있다고 했다. “광고 쪽의 경우 성우들 일이 반토막 가까이 줄었다고 해요. 클라이언트에게 샘플용으로 녹음하던 일을 AI로 하더니, 이제는 실제 광고에 쓰는 음성도 AI로 해버리니까요.” 성우들이 안정적 일자리를 준비하며 거쳐온 자리도 사라지고 있다. 신이나 성우는 “입사 전 쇼핑몰 안내 방송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이제는 TTS로 바뀌었더라고요”라고 말한 뒤 “공채 성우가 되기 전 경험해볼 수 있었던 소소한 일들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원방송에서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이 진행되는 현장. 이주승 성우(맨 왼쪽)가 주인공 차내일과 똑같은 표정으로 연기하고 있다. 사진=미디어오늘
무엇보다 성우들이 계약 단계에서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란 쉽지 않다. 녹음된 음성이 AI와 같은 신기술에 따라 2차 활용될 수 있는 시대상을 고려하면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주승 성우는 “예를 들어 게임 녹음을 하면 이 음성을 다른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없도록 하는 계약서 정도는 작성하고 있어요”라면서도 “요구를 하려면 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사실 나서서 이야기를 하기가 쉽지는 않아요. 아무래도 '불려가는' 입장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먼저 얘기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죠”라고 설명했다.
일찍이 제기된 음성 권리 보호 요구… 방치된 미래
성우들이 음성에 대한 권리 보호를 요구한 것이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21년에도 게임업체 크래프톤이 음성합성 AI 데이터베이스에 참여하는 성우들에게 음성 저작물 독점 사용권을 영구적으로 양도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의 '매절계약' 관행 문제가 수면에 올랐다. 특히 새로운 기술과 보급 방식 등 개발로 기존에 제작된 작업물에서 파생되는 권리 일체를 모두 기업에 양도하도록 하는 '신개발이용권' 등이 우려를 샀다.
이 시기는 해외에서 음성을 AI로 무단 학습·활용한 사례들이 공론화되기 시작한 때와도 일부 맞물린다. 그러나 정부는 수년이 지나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AI 산업 진흥을 위해 기업이 '법적 불확실성 없이 저작물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가AI전략위의 '대한민국 AI 행동계획'은 이런 기조 하에 '선 사용 후 보상' 원칙을 세워 사기업에 치우쳤다는 16개 창작 단체 비판을 불렀다. AI전략위는 지난달 창작자들을 만나 저작권이 있는 시장은 '선 사용 후 보상'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우려를 잠재우지는 못했다.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된 'AI 기본법'이 권리 보장에 있어서는 국제사회 기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AI가 학습한 창작물에 관한 투명한 공개 및 저작권법 준수 의무, AI 학습에 활용된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 등을 반영하라는 창작자 단체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의 AI법이 'EU 저작권 지침'을 준수하도록 하고, 당사자가 자신의 데이터 수집을 거부할 권리를 명시한 것과 대비된다. 저작권을 넘어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 측면에서 음성에 관한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도 잇따르고 있다.
▲20여 개국 성우 협회와 노동조합 등이 결성한 UVA(United Voice Artists)의 캠페인 이미지. 사진=UVA X 계정
20여 개국의 성우 협회·조합 등이 결성한 UVA(United Voice Artists)는 정치인과 입법자들이 AI 생성 콘텐츠의 개념 설계, 훈련, 마케팅 과정에 내재된 법적·윤리적 위험을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지난해 '인공지능과 노동' 녹서에서 “생성형 AI는 전례없는 창조적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보 신뢰, 권리 보호, 인간 가치 존중이라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윤리적·제도적 대비가 긴요한 상황”이라고 조속한 대비책 마련을 당부한 바 있다.
문체부, 성우 표준녹음계약서 제정안 추진…AI 계약 '기준' 마련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늦게나마 성우들을 위한 표준녹음계약서 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성우협회 등 종사자 및 관련 업계와의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성우 표준계약서에는 사업자가 성우의 음성 실연을 AI 학습 및 활용을 위해 복제·가공·변형 또는 저장·전송하는 등의 행위를 할 경우 등에 대한 합의 방식에 대한 기준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문체부는 기존 장르별 표준계약서와 별개로AI 저작권 관련 표준계약서를 제정하는 방안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를 뒷받침할 법제가 정비되지 않는 한 표준계약서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퍼블리시티권 보호 및 이용에 관한 법률안' 등 입법 논의에도 관심이 모인다.
최재호 성우는 AI 활용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저작권, 저작인접권(저작물을 실연·배포하는 과정에 기여한 자에 대한 권리)만 확실하게 확보된다면, 우리 목소리를 활용한 인프라가 계속 커지는 만큼 수입이 들어올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걸 '매절'이나 '전부 양도'를 해야 한다면 독이 될 텐데,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만 있다면 굉장히 좋은 거죠.” 중요한 건 지금이라도 창작자들의 권리가 새어나갈 수 있는 구멍을 메꿔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AI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원천 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은 이해가 가요. 여기저기서 공통적으로 지적이 나오는 게, 너무 '산업 진흥'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거죠.”
이런 이야기의 끝엔 성우라는 직업도 시대에 맞춰 변화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질문이 따르게 된다. 신이나 성우는 “사람과 사람의 감정조차 학습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다르다고 생각해요. 어디까지나 흉내를 낸 거지, 사람이니까, 인간이니까 더 끌리는 게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라고 했다. “앞뒤 대사를 같이 해주는 선배들이 세게 '텐션'을 주면 약하게 받을 수 없고, 그런 부분을 소통하면서 느낄 수 있어요”라며 현장에서 매 순간 만들어지는 호흡과 감정을 AI가 대체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대원방송에서의 '디지몬 비트브레이크' 더빙 현장. 사진=미디어오늘
실제로 지금의 AI가 인간의 감정 표현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다. 감정 표현 기능을 탑재한 TTS 모델도 관성적인 웃음과 한숨 등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AI를 활용하고 있는 일부 현장에선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만 '진짜 인간'의 소리를 써야 하지 않느냐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동시에 소비자들이 'AI식 감정표현'에 익숙해지다 보면, 언젠가 인간의 목소리를 입은 AI로 인간 성우를 밀어내는 미래가 더 가까워질 거라는 우려 역시 공존한다.
“사람이 하는 가치가 있는 일들…다 같이 힘 합쳐야”
'더빙하는 성우' 만으로 살아남기에는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주승 성우 역시 애니메이션, 외화, 특수촬영물 더빙에서 나아가 OST를 부르기도 하고, 프로 성우들로 구성된 보이그룹 '멜로소나' 멤버로도 역할하고 있다. “성우는 목소리 연기자인데, 그 외에 다양한 것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직업인 것 같아요. '버추얼' 방송 등에서 저희의 매력, 강점, 이점을 더 살리기 위한 것을 시도하는 분들도 있고요…역할이 확장된 것도 맞고, 예전처럼 일이 많지 않다 보니, 하던 일에 국한되지 않고 더 해나가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성우는 대원방송 입사 후 첫 주인공을 맡은 '파워레인저' 시리즈를 가장 애정한다고 했다. 자신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라며 느낀 것처럼 “울림과 영감을 주는 연기자, 성우”로서의 삶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신 성우도 '파워레인저 시리즈'(붐붐포스)에서 조그만 자동차 역할을 맡았던 때를 떠올린 뒤 이렇게 말했다. “변해가는 것을 흐름상 막기 힘든 부분이 있는 것 같지만, 사람이 하는 가치가 있는 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하지 않을까요. 특정 분야, 특정 직업을 가진 소수가 막을 수 있는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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