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소개

원인불명의 난임이라는 의사의 판정에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답답하고 어지럽다. 결국 불임이 그 트라우마 때문이란 말인가.

그는 매일 지극정성으로 요양병원을 찾았고, 할머니의 유언대로 나는 그와 결혼했다.

동사무소에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그가 개척교회에 왔을 때 장 전도사가 새 신자교육을 나에게 맡겼다. 그의 시선은 항상 내게로 향해 있었다. 그의 입안에서 풍기는 은단 냄새는 봉인된 기억을 되살렸다.

봉인된 기억이란 산골 판자촌 마을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할머니와 어린 딸을 남기고 떠나버렸다. 오물 냄새가 풍기는 산골 판자촌 마을에 남겨진 할머니와 딸은 생존을 위해 오물과도 같은 삶을 살아야 했다.

미성년인 딸은 할머니의 묵인 하에 이웃 할아버지의 성 노리개가 되었다. 동네 아이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은단 냄새는 수없이 성폭행을 범한 놈들 중에서 항상 마지막 순번의 놈에게서 풍기던 바로 그 냄새였던 것이다.

이 작품의 중심은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는 과정이다. 남편의 권유로 남편과 함께 산골 판자촌을 방문한다. 첫 방문에서는 입구에서 도저히 숨을 쉬지 못해 동네에 들어가지 못한다. 다음에는 오롯이 내 의지로 방문의 결단을 내린다. 남편과 함께 마을을 방문한다. 엄청 변한 동네의 풍경 속에서 성폭행 범인 중의 한 명, 미친 들개 같았던 훈이가 카페 주인이 되어 가정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고 있다. 봉인된 기억의 현재 모습을 맞닥뜨린 나는 정신과 치료도 받지 않지 않게 되는 등 트라우마가 치유되어간다. 마음이 홀가분하다. 불임이 치유될 징후를 느낀다.

참으로 오물같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소재다. 주인공은 내면의 깊은 상처를 결코 저주나 투쟁으로 치유하지 않는다. 가해자를 저주하거나 할머니를 원망하지 않는다. 할머니나 남편의 지극한 사랑이 작품 전편에 잔잔히 흐르고 있다. 가슴이 따뜻해진다. 가해자를 향한 저주나 투쟁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로 스스로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오물 냄새가 진동하는 누추한 유년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기고, 주변 인물들의 따뜻한 사랑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구원을 얻는 전개를 통해 작가는 시궁창에서 따뜻한 인간성이라는 샘물을 길어 올렸다. 이는 작가의 역량이다.